저희 손으로 직접 청첩장을 만들 준비를 하기 위해, 그동안 받았던 청첩장들을 모두 모아보았습니다. 2단으로 된 것도 있고, 3단으로 된 것도 있었습니다(3단이 좀 더 비싸다고 하데요^^) 그동안 받았던 청접장중에 정구형이 형수님이랑 복고풍 교복을 입고 찍은 사진을 넣은 유쾌한 엽서식 청첩장말고는 거의 모두가 기성제품으로 된 청첩장이었습니다. 기성제품으로 만든 청첩장은 올록볼록 엠보싱과 모양재단, 금박, 은박이 들어가 있어 매우 화려한 모양을 하고 있지만, 정작 제일 중요한 내용인 신랑신부의 고백과 초대의 글은 그냥 보통 검은색 글씨로 묻혀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미 화려한 모양으로 제작된 카드여서, 옵셋인쇄를 하다보니 보통 그렇게 된다고 하더군요.

청첩장이란 것이 언제, 어디서, 누가 결혼하는지를 알리고는 곧 쓰레기통 신세가 되는 것이 일반이겠지만, 저희는 '어떻게 생긴 누구와 누구가, 어떤 마음을 품고, 어떻게 결혼 하려고 하는지'를 알릴 수 있는 그런 청첩장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썬그라스를 끼고 찍은 사진이 어르신들에게는 조금 불량스러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의도적인 연출이 아닌만큼, 너무나도 저희 두사람을 자연스럽게 잘 드러내 주는 사진이라 이 사진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Psalm151, 우리가 함께 써내려가는 시편151편', '가난하고 행복하게, 소박하고 아름답게', '믿음의 모험', '더불어 삶'과 같은 단어들도 모두 저희가 소원하는 삶과 결혼의 모양을 명료하게 담아낸 '531 결혼공약'들이기도 합니다. 이 공약들이 쉽게 쓰여진 미사여구로 남지 않도록, 저희들의 삶이 정말 이 말들을 담백하게 잘 담아낼 수 있도록 모두들 응원해주시고,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청첩장이 일방적인 알림장이 아닌, 주고 받는 대화의 통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축복을 제대로 마이 받고싶은 욕심에^^) 축복의 글을 적는 공란을 마련했습니다. 정말 귀한 시간을 내서 저희 결혼식에 오시는 분들을 그냥 잠시 다녀가는 손님으로 모시지 않으려고 합니다. 하객이란 이름으로 방명록에 이름 한자 적고, 부조금 얼마 내고, 단체사진에 얼굴도장 찍고 돌아가는, 그런 모양의 자리가 아니라, 한 분 한 분 소중한 증인이 되어 주시고, 축복을 나눠주실 수 있는 귀한 자리로 마련하고자 합니다. 인생의 선후배, 동료 되시는 증인분들께서 담아주시는, 진심어린 한마디의 말씀이 그 어떤 금은보화보다 저희 두사람에겐 값진 기쁨이 될 것입니다.







Thanks to : 예쁘게 디자인해 준 은진양, 내용 봐주시고 좋은 종이 추천해 주신 성실형님, 저렴한 비용에 깊이 공들여서 인쇄해 주신 조원호사장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립니다. 감사드립니다.



정리 : 최문철
:

상견례를 하다니! ㅋㅋ
2006.4.10 까페소반

:
Joshua & Amy
환~하게!
2005.10.31 두물머리
:
요즘, 많이 행복해.
2005.09.07 T42
:

300일이 좀 모자라는 우리의 사귐은 오빠의 '제안'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졸업 후에도 몇 달에 한번 씩 만나온 우리.
지난번 만난지 한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오빠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아주 짧은 문자로.
문철 : 잘지내니?
수영 : 네. 잘 지내요. 아프리카 떨어진거만 빼고ㅠㅜ
문철 : 잘됐네. 얼굴 한번 보자
수영 : 잘되긴요?. 다들 그렇게 말해요 ㅠㅜ
문철 : 그래도 내건 좀 다른데
수영 : 흥~ 어쨋든 만나서 영화를 보든지 산책해요
문철 : 그래요 산책도 좋아요

이런 문자가 오가고 선유도에서 만났습니다.
오빠답지 않게 아프리카에 못가게 된 저에게 잘됐다고 이야기하는 순간.
뭐야? 다른 마음있는거 아냐? 라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

어쨋든 합정역(와~ 지금 우리의 신혼집이 있는 동네)에서
치킨 한마리와 맥주 500cc 사들고 선유도를 산책했습니다.
아주 천천히 걷고,
그것도 모자라서 양화대교를 건넜습니다. 걸어서 걸어서.
아~ 뭔가 심각한 이야기를 꺼내고 싶어하는 오빠를 외면하고
애써 다른 화제를 돌렸습니다.
어색하고 멀고 먼 양화대교를 건너오면서 몇번이나 이야기를 꺼내려는 오빠를 막느라 힘들었습니다.
오빠는 계속 말하느라 힘들었겠지? ㅋㅋ

갑자기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끝까지 고집을 피워서 결국 우리집까지 왔습니다.
8년을 알아오면서 이렇게 말없이 어색해하면 같이 한 시간은 처음이었습니다.

결국 아파트 앞 벤치에서 이야기했습니다.
"수영이는 참 좋은 사람이고, 우리의 관계도 참 좋았던 것 같아.....
(뭔가 역사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해주었는데..  잘 기억은 안나네요)
이제 오빠 하지 말고, 애인해 보는거 어때요? 한번 차근차근 생각해봐요."

직감으로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두 귀로 들으니,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아. 아름다운 오누이 관계를 이렇게 만들다니.. 속으로는 어떻게 잘 거절할까 라는 생각하면서
"네. 그럼. 좀 생각해볼께요"라고 말했습니다.

아~ 어색하게 돌아가던 오빠의 뒷모습.

흥~ 뭐야 프로포즈를 하려면
내가 너무 좋다는 멘트라도 해주거나,
혹은 좀 비싸고 분위기 있는대서 맛있는 거라도 사주던가? 해야지.
이건 정말 프로포즈가 아니라, 아~~주 이성에 호소하는 제안이었습니다.


그러고 일주일 뒤에 '예스'를 했습니다.
갑자기 오빠에 대한 뜨거운 마음이 생긴 건 아니었습니다^^

이 당황+황당했던 제안을 받을 때.
수영은 아프리카 가려던 것이 좌절되면서
정말 결혼을 해서 하루라도 빨리 함께 나가고 싶다는 꿈을 꾸며
제게 꼭맞는 배우자를 만나고자, 제 생애 가장 많이 열심히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아온지 8년만에 첨으로 이런 제안을 하는 오빠에게 '노'라고 이야기 할 수 없었습니다.
오빠에 대한 신뢰보다
하나님에 대한 믿음으로, 만약에 잘 안되더라도
소중한 가르침을 갖게되는 시간이 되리라는 믿음으로 시작한 모험이었죠.

지금은
아프리카에 가려던 것을 좌절시키시고
또 결혼에 대해 기도하게 하신 (어떻게 보면 정말 연결안되지만, 저에게는 절실했답니다)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큰 좌절이 없었다면, 절대 결혼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질 않을 저였으니깐요.

그리고
윤희언니가 제시했던 5가지 기준도 '예스'라고 이야기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 가운데, 세가지 기준에 충족되는 사람 만나기도 쉽지 않더라는 말씀.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자~ 여러분도 참고해보세요.
center -Christ (마음 중심에 같은 하나님이 있는가?)
communication (대화, 특히 위기시에 적절히 대화할 수 있는가?)
culture (살아온 배경, 문화가 어울리는가?)
character (성격이 조화되는가?)
chemistry (만났을때 찌릿한, 감정적인 동요가 있는가?)            ....적어도 3가지는 맞는거 같더라구요^^

두번째. 정말 황홀하고 아름다웠던 프로포즈는 다음에 계속해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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