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일이 좀 모자라는 우리의 사귐은 오빠의 '제안'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졸업 후에도 몇 달에 한번 씩 만나온 우리.
지난번 만난지 한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오빠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아주 짧은 문자로.
문철 : 잘지내니?
수영 : 네. 잘 지내요. 아프리카 떨어진거만 빼고ㅠㅜ
문철 : 잘됐네. 얼굴 한번 보자
수영 : 잘되긴요?. 다들 그렇게 말해요 ㅠㅜ
문철 : 그래도 내건 좀 다른데
수영 : 흥~ 어쨋든 만나서 영화를 보든지 산책해요
문철 : 그래요 산책도 좋아요

이런 문자가 오가고 선유도에서 만났습니다.
오빠답지 않게 아프리카에 못가게 된 저에게 잘됐다고 이야기하는 순간.
뭐야? 다른 마음있는거 아냐? 라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

어쨋든 합정역(와~ 지금 우리의 신혼집이 있는 동네)에서
치킨 한마리와 맥주 500cc 사들고 선유도를 산책했습니다.
아주 천천히 걷고,
그것도 모자라서 양화대교를 건넜습니다. 걸어서 걸어서.
아~ 뭔가 심각한 이야기를 꺼내고 싶어하는 오빠를 외면하고
애써 다른 화제를 돌렸습니다.
어색하고 멀고 먼 양화대교를 건너오면서 몇번이나 이야기를 꺼내려는 오빠를 막느라 힘들었습니다.
오빠는 계속 말하느라 힘들었겠지? ㅋㅋ

갑자기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끝까지 고집을 피워서 결국 우리집까지 왔습니다.
8년을 알아오면서 이렇게 말없이 어색해하면 같이 한 시간은 처음이었습니다.

결국 아파트 앞 벤치에서 이야기했습니다.
"수영이는 참 좋은 사람이고, 우리의 관계도 참 좋았던 것 같아.....
(뭔가 역사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해주었는데..  잘 기억은 안나네요)
이제 오빠 하지 말고, 애인해 보는거 어때요? 한번 차근차근 생각해봐요."

직감으로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두 귀로 들으니,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아. 아름다운 오누이 관계를 이렇게 만들다니.. 속으로는 어떻게 잘 거절할까 라는 생각하면서
"네. 그럼. 좀 생각해볼께요"라고 말했습니다.

아~ 어색하게 돌아가던 오빠의 뒷모습.

흥~ 뭐야 프로포즈를 하려면
내가 너무 좋다는 멘트라도 해주거나,
혹은 좀 비싸고 분위기 있는대서 맛있는 거라도 사주던가? 해야지.
이건 정말 프로포즈가 아니라, 아~~주 이성에 호소하는 제안이었습니다.


그러고 일주일 뒤에 '예스'를 했습니다.
갑자기 오빠에 대한 뜨거운 마음이 생긴 건 아니었습니다^^

이 당황+황당했던 제안을 받을 때.
수영은 아프리카 가려던 것이 좌절되면서
정말 결혼을 해서 하루라도 빨리 함께 나가고 싶다는 꿈을 꾸며
제게 꼭맞는 배우자를 만나고자, 제 생애 가장 많이 열심히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아온지 8년만에 첨으로 이런 제안을 하는 오빠에게 '노'라고 이야기 할 수 없었습니다.
오빠에 대한 신뢰보다
하나님에 대한 믿음으로, 만약에 잘 안되더라도
소중한 가르침을 갖게되는 시간이 되리라는 믿음으로 시작한 모험이었죠.

지금은
아프리카에 가려던 것을 좌절시키시고
또 결혼에 대해 기도하게 하신 (어떻게 보면 정말 연결안되지만, 저에게는 절실했답니다)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큰 좌절이 없었다면, 절대 결혼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질 않을 저였으니깐요.

그리고
윤희언니가 제시했던 5가지 기준도 '예스'라고 이야기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 가운데, 세가지 기준에 충족되는 사람 만나기도 쉽지 않더라는 말씀.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자~ 여러분도 참고해보세요.
center -Christ (마음 중심에 같은 하나님이 있는가?)
communication (대화, 특히 위기시에 적절히 대화할 수 있는가?)
culture (살아온 배경, 문화가 어울리는가?)
character (성격이 조화되는가?)
chemistry (만났을때 찌릿한, 감정적인 동요가 있는가?)            ....적어도 3가지는 맞는거 같더라구요^^

두번째. 정말 황홀하고 아름다웠던 프로포즈는 다음에 계속해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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